C. G. 융,C. S. 홀, J. 야코비 공저/설영환 역 | 선영사
이미지가 좀 괜찮은게 있나 싶어 찾아봤는데, 절판본인지라 책 이미지가 거의 없다. 융이 썼다기 보다는 융의 학문에 대한 평가와 설명이 많고, 앞부분에는 융의 생애에 대해서 잘 소개되어 있다. 읽어보니 내가 봤던 프로이트 책보다 괜찮은 느낌이다. 아들러에 이어서 궁금한 사람들의 학문에 대해서 조금씩 읽으니 재미가 있다.
아니마,아니무스,그림자,페르소나 등 좀 낯설고 생소한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나 읽고 있으면 빠져든다.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욕구를 해소하는지에 대해서 좀 돌아보게 되었는데, SF에 빠져살던 2~3년간을 돌이켜 보다가 요즘 급 공황상태 내지는 우울증세가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책을 팔아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 200~300여권 정도를 빼고 다 올린거 같다. 살때는 분명 정가주고 샀는데 말야..- ,-; 내가 박스를 30~40번 포장하고, 주말에 무료하게 택배를 편의점에 붙이러 다니며, 폐휴지 리어커를 끌고다니는 할머니의 박스가 너무 부러워하며 먹이를 찾아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박스를 바라보는 내모습이란... = =; 나의 욕구내지는 에너지 발산의 많은 부분이 책을 통해서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페르소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내가 의식적으로 지시받거나 남들이 바라는 행동을 추구함으로써 그 반대로 내 아니무스의 지위내지는 욕망은 어떤식으로 해소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책을 통해서 해소될수도 있겠지만, 지적인 욕구충족으로 모두 해소되지는 않을것 같고 내가 편하고, 원하는 행동들을 의식적 혹은 문화적으로 절제함으로써 비례하는 보상체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 위의 융의 책에서 언급 바와 같이 폭발해서 무의식의 분열이 나타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카프카. 중간에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는데, 작가 이름과 작품 이름만 알았지 책은 먼지에 쌓인지 수십년. 그러한 카프카에 대한 몇줄의 언급에서 크게 감명받고 이 사람의 평전내지는 자서전이라도 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고 밤에는 문학활동 및 저술로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이러한 저술활동에 대해서 회사사람들은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불타오르는 인내심 내지는 정신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재능있는 사람이 자신의 많은 시간을 생존에 희생하고 나머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어도 프로이드, 융, 아들러에 대한 학문적 차이점이나 특이성에 대해서 확실히는 모르겠다.(프로이드가 무의식의 발현이 꿈에서 억압된 성의 발현으로 귀착되고 융은 꼭 성이 아니라 다른 욕구들이 분출된다고 했던 시각정도만 인지를..) 이유는 아마도 내가 프로이드를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인듯 싶은데, 융도 프로이드의 학문에 대해서 처음 읽었을때는 잘 몰랐고 나중에 다시 공부할때야 비로소 이해했다고 하니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책을 봐야겠다.
덧, 주역관련 내용은 태극에 관련된 이야기가 1장가량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