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힐 소설경

여태까지 읽은 유마경의 횟수만 2~3번 가량인 듯 싶은데, 이번 책이 가장 좋았다. 이유인즉 사견이 적은 책이고, 원문에 충실해서 좋았다. 물론 불편한 점은 세로쓰기라 읽기가 수월치는 않았다. 또한 좋았던 이유는 내용 중에 꽂힌 이야기가 있었고 왜 지난번에 읽었을때는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마경의 줄거리는 유마힐이 병이나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병문안을 종용하는데 하나같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인즉 유마의 이치의 해석에 모두 한번씩 부끄러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수보살이 가가게 되고 설전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중 가장 좋았던 내용은 문수는 부처의 제자로 가장 학문이 뛰어난 제자인데 유마와 문답을 주고 받는다.

252pg <불도품>

그때에 문수사리는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이 어떻게 불도를 통달하나이까?

유마힐 : 만일 보살이 도 아닌 것을 행하면, 그것이 불도를 통달하는 것이니다.

문    수 :
어떻게 보살이 도 아닌 것을 행하나이까?

유마힐 :
만일 보살이 5무간업을 행하면서도 시끄러운 걱정이 없으면, 지옥에 이르러도 죄법이 없으며, 축생에 가더라도 무명과 교만한 허물이 없으며, 아귀에 있으면서도 공덕을 구족하며, 색계와 무색계에 가더라도 대단하게 여기지 아니하며, 일부러 탐욕을 행하여도 애착을 여의며, 일부러 성을 내어도 중생에게 미워함이 없으며, 일부러 아끼고 탐내더라도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며, 일부러 계행을 파하면서도 깨끗한 계율에 편안히 머물며, 조그만 허물까지도 송구한 생각을 품으며, 일부러 성을 내면서도 항상 자비하며, 일부러 게으르면서도 부지런히 공덕을 닦으며, 일부러 뜻을 산란케 하면서도 항상 선정을 생각하며, 일부러 어리석은 양 하면서도 세간 지혜와 출세간 지혜를 통달하며, 일부러 거짓되고 아첨하면서도 좋은 방편으로 경전의 뜻을 쫓으며, 일부러 교만을 행하면서도 중생에게 교량이 되며, 일부러 번뇌를 벗지 못한 듯 하면서도 마음이 항상 청정하며, 일부러 마군중에 들어가더라도 중생에게 듣지 못하던 법문을 연설하며, 벽지불이 되고서도 대비심을 성취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가난하게 살면서도 보배 손이 있어 공덕이 다함이 없으며, 불구자들 속에 들어가 있어도 모든 상호를 갖추어 스스로 장엄하며, 천한 집에 나면서도 불종성 가운데서 공덕을 구족하며, 용렬하고 못나고 추한 형상을 나타내더라도 나라연 같은 몸을 얻어 중생들이 보기를 즐거워 하며, 늙고 병들고 하면서도 영원히 병의 뿌리를 끊고 죽는 데서 뛰어났으며, 일부러 세속살림을 살되 항상 무상한 줄을 관찰하고 탐하지 아니하며, 일부러 아내와 첩과 시녀를 두었으나 항상 5욕 진창을 멀리 여의었으며, 어눌하고 어리석은 듯 하면서도 변재가 있어 모두 기억하고 잊어 버림이 없으며, 사특한 도에 들어갔으나 정도로 중생을 제도하며, 모든 중생계에 골고루 들어가면서도 윤회의 인연을 끊었으며, 열반을 나타내면서도 생사를 끊지 아니할지니, 문수사리여, 보살이 능히 이렇게도 아닌 것을 행하면, 그것이 불도를 통달하는 것이니라.


5무간업? 5무간업은 곧 5무간지옥에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극히 극악한 죄업이다. 보살이 어떤 특수한 경우에 남보기에 5무간업을 짓는 듯, 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뜻. 예컨데 <데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 하여 부처님 발에 피를 내는 대역죄를 짓고 산 몸이 지옥에 빠져 큰 지옥에 들어갔는데 부처님이 아난존자를 시켜 지옥에 가서 그 안부를 묻자 <나는 지옥에 있으나 3선천락을 받는 것과 같다> 하였다. 아난이 <지옥에 나오기를 구하는가?> 고 묻자, <내가 세존이 이 지옥에 올때를 기다려 나가리라>, 아난은 <부처님이 어찌 지옥에 오실리가 있겠는가?> <부처님이 지옥에 들어올리가 없다면 내가 어찌 나갈 기약이 있겠는가?> 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데바달다도 하나의 화현 보살로서 그런 5역죄를 지으면 산몸으로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런 행을 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말하면 5무간업을 행하면서 실은 남을 괴롭게 하고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5무간업의 데바달다가 지옥에 간 까닭도 인상깊었고, 도 아닌 것을 행함으로써 도를 깨우치는 이야기에 대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온갖 나쁜 것을 행하면서도 그에 빠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달았는데 왜 학가에서 도박을 가르치시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었다.

만약 내가 지옥에 간다면 어떨까? 기독교 논리로 말하면 난 분명히 지옥에 갈텐데(죽기 1분전에 회개하면 괜찮으려나?ㅋㅋㅋ 근데 부모형제는 모두 지옥가 있을텐데..ㅎㅎ;), 생각해보니 지옥에서도 즐길 수 있으려면 유마의 깨우침과 같은 마음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 찌꺼기까지도 사랑하고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도사가 되고 부처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부처가 되긴 힘들거 같다. 계속 나쁜 곳에 가서 구제를 해야하잖아?)
Posted by 랄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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