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정보라/아작
장르문학 작품상 후보에 오른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일하느라 바빠서 못읽다가 드디어 읽었다. 책이 매우 재밌었다. 여러개의 단편모음인데 읽고 나니 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주인공들이 다들 쓸쓸한 인물들이여서 그런건지. 특히 재밌게 읽었던 단편은 <저주토끼>와 <머리>,<즐거운나의집>,<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였다.
돌비라디오 멤버쉽까지 구독하는 하며 공포이야기를 즐겨읽는데, 공포장르의 사람들이나 소위 영안이 트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들에게 말해도 믿지 않는 부분을 경험하는 부류인지라 내재적인 고독들이 있는 것 같다.
<즐거운 나의 집> 주인공 여자도 그런 고독의 부분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단편에 끝자락에서 식스센스급 반전에 헛웃음이 나왔다. <저주토끼>의 단편은 양밥이나 고독같은 주술들이 떠올랐고,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는 그냥 그런 사막의 분위기가 떠올라서 좋았다.
<머리>를 재밌게 읽은 이유는 20대에 엄마가 해준 꿈이야기 때문인데, 그 이야기는 이렇다.
아빠가 공무원을 관두시고, 부모님이 친척분과 동업을 하여 지방소도시에서 여관업을 잠시 한적이 있다. 그때 아빠가 겪으신 여자 귀신썰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 이야기가 더 공포스럽긴했다.), 어쨌든 그 일 때문에 엄마도 카운터 옆방을 집 삼아서 몇년 사신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가 꿈에서 카운터 옆인 그 방에서 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물에 뚝뚝 젖은채로 방안에 화장실 앞에 서서 우둑커니 서있어서 아이구 우리 딸이 왜 이렇게 있냐며 안아줬고 그렇게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아빠의 귀신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귀신이였나보다고 했다.딸도 제대로 못알아봐서 귀신을 앉아주다니.. <머리>를 읽으면서 웬지모르게 엄마의 꿈 이야기가 잠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