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우주 단편선-03 왕의 창녀 : 정도경 작품집
간만에 보라님 작품. 지난 계간지에서 매우 재미있게 어두운 글들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 책도 읽어봤는데 꽤 좋았다. 파괴적인 디스토피아 느낌은 아니었으나 이야기마다 색깔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 특히 단편들 중에서 '왕의 창녀'와 마지막 작품인 '내일의 어스름'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내일의 어스름'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학가 왔다갔다 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신성시하게 되는지에 대한 것들과 더불어 학가 어깨 넘어로 보았던 교주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가장 비슷한 점은 여자문제였는데, 특히나 수연언니를 통해서 들었던 사형과 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단편을 접하면서도 아직도 그 집단이 교주집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초능력과 같은 현상들은 외부에서 보다는 집안내에서 들은 이야기가 더 신비로웠지, 사형이 행하는 행동이나 해석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부정할만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 어떤 인간에게 기댄다는 것은 공존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소유하고 관계가 고착화 될때 그것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거나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학가와 연 끊고나서 가끔 드는 생각은 그런 집단에 속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나라는 사람은 이만큼 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