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교양선서-56 , 문예 세계문학선-037 위기의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 저 | 문예출판사 | 1998년 11월

보부아르 소설을 매우 오랫만에 읽었다. 작품에 대해서 면밀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몇년 후 남는 기억은 재밌었다 혹은 재미없었다로 가름되는데 보부아르 소설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가 매우 재밌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까지 매우 기대감에 차 있었는데, 다행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영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있다면, 이 <위기의 여자>는 20년차 부부가 남편의 외도로 갈등을 겪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일기형식으로 부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어지는데,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표를 읽는 내내 놓치지 않고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주 오랫만에 일인지라 생경했다.

의학연구자인 고리타분하지만 따뜻한 남편이 어느날 커리어 좋은 변호사인 여자와 바람이 났다. 그 여자는 출세지향적이라 어릴 때 나이 많은 남자와 이혼한 여자. 화자인 나의 상태는 평범하고 남편만 바라봤던 부인.

내가 이런 상황을 알게 되었더라면 글쎄 이 부인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먼저 선택을 할 것 같다. 헤어짐을 선택할지 아니면 계속 상태를 유지할지. 그러나 이 부인은 후자를 택했다. 나였더라면 상황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혹은 그냥 이 상황들을 모두 포기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도록 했을 것 같다. 결혼이나 사랑이나 두 사람 상호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특히 결혼은 경제적인 문제까지 결합되고 게다가 한국사회에서는 주변의 인적인 관계까지 모두 얽힌 사회이니.) 그 상호 믿음이나 신뢰가 사라진다면 가정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결혼중에 혹은 결혼전에 어느정도 인지하고 서로의 외적 관계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졌다면 아마도 나도 이 주인공처럼 계속 유지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세가지 합일된 조건,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문제가 모두 양호하다면 이게 천생연분이 아닐까 생각을 한 것이 엊그제 Q교수님과의 대화였다. 옛 연인들과도 모두 친구로 지내는 상황을 서로 부부가 공유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지만, 앞서 말한 신뢰가 우선시 되고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치지 않을 수 있다면, 혹은 그러한 상황들이 벌어진다고 할 지라도 서로의 감정을 헤치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나는 이런 상황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를 실천하고 있던 분이 있었음이 놀라웠다. 마치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인듯. 물론 나에게 그들은 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보여서 별로 달갑지 않은 연인관계로 보인다.

이 책의 결론은 좀 열려있는 결론이다. 만약 내가 20대 이전에 이 책을 봤더라면 이런 갑갑하고 끔찍한 상황에 놀랐을 것 같다. 지금은 읽으면서 주인공의 딸이 평가한 것처럼 주인공이 감상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감정의 표현이 강하고, 확실한 목적이나 결론이 없이 그저 남편이 다시 돌아와서 그냥 예전처럼 있어주길 바라는 것 같다.

난 그렇게 되기전에 계속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날 정은이에게 20대 후반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美道를 닦았다 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 당시 20대 후반의 나는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그런 매력은 길게는 20년 지나면 스러져버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원한 미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육체적 매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육체적인 매력은 10대에서 30대 초반이나 가능한 이야기며, 30대 후반에는 지적인 성숙이나 교양 혹은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40대 초반까지도 경제적인 면이나 예술가라면 화려한 면들 혹은 재주를 통해서 (춤꾼이나 소리꾼들 중에 카사노바를 몇몇 봤고, 땡중을 알고 지낸 적도 있으니..) 현혹시키지만, 마지막에는 매너 혹은 인격적인 면이 없다면 널리는 같은 동성에게서 인기가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성에게까지 매력이 감소하는 것을 많이 봤다. 결과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교양을 닦고 인격을 정진하는 수밖에 없는 듯 싶다.

Posted by 랄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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