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저 | 오픈하우스 | 2008년 03월 

상당히 여러곳에서 추천서적으로 걸려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었다. 여러 사람이 선택하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08년에 읽었다면 얼마나 내가 다른 길을 가고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까? 참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딱히 공지영씨 소설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읽은 것 중에서 기억나는 것도 없지만 내가 어떤 작가를 떠올릴 때 그 작가를 판단하는 밑거름은 읽은 작품이 강렬하다면 강렬한 만큼 기억될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에게 공지영씨란 책 만큼이나 매우 강렬하고 삶을 다른 각도로 통찰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판단에 이르게 했다.  많은 책을 읽고 혹은 사건들을 겪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의 자식에게 전하는 편지가 이 책의 차림이다.  읽으면서 느끼고 끄덕였던 점은 일단 '경성기담'. 깜짝 놀랐다. 나도 얼마전 블로그에 목차를 반찬처럼 차려놓았으니. 가끔은 이렇게 동시성에 놀란다. 엊그제 읽은 책, 엊그제 본 희귀한 영화가 내가 읽고 있거나 보고 있는 영화나 사람들의 언어속에서 재등장할 때. 그러한 마니아적인 부분을 나와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를 흥분시킨다. 어쨌든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던 경성기담과 그로인해서 적어놓은 '구월의 원숭이'를 공지역씨도 나처럼 적어놓고 또 읽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오랫만에 적어둘만한 좋은 글귀들.

1. 고통 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고통과 작별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그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고통을 놓아버린 후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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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명에 대해 승리하는 단하나의 방법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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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많은 연애 지침서들이 그 남자에게 애가 타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리고 남자들은 실제로 그런 여자들의 전략에 쉽게 애가 타기도 하지만, 그리하여 연애의 주도권을 잡고 친구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문자와 전화가 울려오긴 하지만 글쎄, 누군가의 말대로 그건 연애에는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사랑에는 실패하는 일이야. 네 목표가 연애를 잘하는 것이라면 그런 책들이 유용하겠지만 네 꿈이 누군가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엄마가 말했잖아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아. 후회도 별로 없어. 더 줄 것이 없이 다 주어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몫이란다. 믿는다고 했지만 기실 마음 한구석으로 끊임없이 짙어졌던 의심의 그림자가 훗날 깊은 상처를 남긴단다. 그 비싼 돈과 그 아까운 시간과 그 소중한 감정을 낭비할 뿐. 자신의 삶에 어떤 성장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거지.

더 많이 사랑할까봐 두려워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방향과 일치해야하고...

위의 몇몇 글귀를 읽다가 지인분의 블로그의 문장이 떠올랐다.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짐을 주지 않으셨다." 명언이다. 그리고는 다음에는 코란을 읽어볼까 생각을 했다.

또하나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사람하나. 1번. 그분이 그렇게 삶을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까닭은 혹시 자신의 삶이 행복한 삶이였었다고 혹은 그 삶의 어느 한부분이라도 행복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 사람의 삶의 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1번 문장을 읽으면서 이 책에도 언급했듯이 그 징소리를 나도 오랫만에 들었다. 예술적인 어떤 공감대가 일었을 때 울리는 그 멍한 상태. 나는 미술이나 음악이라기보다는 가끔 그런 문장들 혹은 단어, 이야기속에서 만나게 된다. 오늘이 그런날.

2번의 문장을 읽으면서 코란을 떠올렸고 알라에 대한 문장이 맴돌았다. 이 문장 뒤에는 파도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었다. 파도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맞설수 밖에 없고 헤처가야한다는.. 그러면서 뒷이야기는 아마도 3층짜리집에 태풍이 와서 무너지고 40층짜리 건물에 태풍이 온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듯 싶다. 다시 지어야만 한다고..

3번 문장. 다행이도 나는 상처나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해서 좋아할 때에 내 임계점에 다다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좋아했고 삶을 소비했으며, 내 인생의 성장곡선에 비료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으로 변했다면 힘들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매우 모질게도 절연했다. 작년 한해는 그 6~7년 혹은 2~3년간의 역사들을 모두 끊어낸 것 같다. 그래서 저 긴 이야기를 한 순간에 이해했다. 경험했고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배웠던 것은 연애. 그 게임같은 연애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결국에 그 연애를 가르쳐준 사람도 그리고 수용했던 사람도 모두 자신들이 연애를 했을 뿐이지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닳지 못했다. 기간이나 받은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성장해간다는 느낌. 결국에는 모두 내 자존감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Posted by 랄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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