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은희경 저 | 창비 | 2012년 05월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보니 이 책이 꽤 많은 추천을 받은 것을 보고 읽게되었다. 류와 류의 옛연인이였던 요셉이 주인공이면서 조연이 된다. 어떻게 보면 또 류의 부모님이 주인공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예전에는 스토리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작가가 구축한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서 읽었다. 내가 류의 엄마였다면? 나는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고 휴가를 보냈을까? 남편의 애인의 전화를 받고, 삶을 그렇게 소비해버렸는데... 내 선택은 확실히 어떤 상황이든 모두 진실에 맞설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눈감는다고 해서 하늘이 그것을 모를까? 책에 쓰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악행이 지워질까? 류의 엄마의 이야기이지만, 가까웠던 사람인 류의 너무나도 담담한 시선은 자식마저도 3인칭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끌림에 대한 순간. 그 류의 아버지가 류의 어머니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던 그때와 그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서 반추해보았다.
퇴계 이황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극적인 스토리를 지니고 살지 않은 삶은 누구에게나 관심 받기가 힘들어서 별것 아닌 독특한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요즘 자신의 직업과 관련없는 정치분야에 대해서 말들이 잦은 것들 뿐만 아니라 악행이나 극적인 삶 때문에 드라마가 되고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몇몇 역사 속의 인물들.. 그러나 현실은 극적인 스토리를 지닌 사람보다 뒷쪽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한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고, 수백년의 시간이 지나서 그 사람의 성과로 인해서 삶이라는 것은 더 윤택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과학자가 좋고, 학자가 좋다. 학문적 성과로 인해서 삶이 편리해지고, 질병이 고쳐지는 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