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에서

Book/읽은 책들 2008. 8. 24. 23:15

노천에서 
박영한| 고려원(고려원미디어)| 1987.08.01

예전에 읽었던 이외수님 수필집 "내잠속에 비 내리는데" 가 읽으면서 떠올랐다.
나는 경험하지 못할, 아니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일이니...)
내용중에 창녀가 그렇고 도둑질이 그렇고 가난이 그렇다.

주인공은 안경 쓴 재수에 삼수를 거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며(공부나 할 것이지..-_-), '묵화'며 '애란'이며 당황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자라난다. 작가 '박영한'님은 가난과 멀지 않고 배우지 못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과 더 가까워 보인다. 프로필을 보면 엘리트지만(연대출신이시드만..) 그리고 있는 삶들은 그렇지 못하다.

노천에서의 주인공이 안경 낀 학생고 몇몇가지 책에서 일련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볼때 아마도 작가 자신이 경험한 일이 토대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안경 낀 학생이라고 했을 때 떠올랐던 것은 '왕룽일가' 뒷 책날개에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커다란 안경을 끼고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책의 내용보다 읽을수록 박영한님에 대해서만 의심(?) 및 호기심이 일어난다. 꽤 잘생긴 외모의 작가라는 호칭. 주인공마저 '시' 좀 쓴다는 문학지망생이다. 주인공이 애란을 찾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쓰면서 가보지 않았으면 이렇게 잘 쓰지도 못했으리라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부인이 봤으면 참 기분 안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인님은 열심히 떡뽁이 장사를 하고 있을런지도...)

'우묵배미의 사랑'보다는 생동감 있는 이야기는 아닌듯 싶다. 내가 만날 수 있었던 보통세계와는 좀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그럴 것이고, 주인공의 사고방식 자체가 나랑 잘 안맞아서 그럴런지도 모르겠다. 실제 몸은 애란에게 마음은 묵화에게 가 있는 남자의 이중적인 모습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의 행동자체가 움직임이 별로 없어서 너무 늘어진 느낌이랄까? (의외로 책장은 빨리 넘어갔지만)

이제 왕룽일가나 봐야겠다. :)
Posted by 랄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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