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 디지털 시대의 원형감옥, 당신은 자유로운가?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저/구본권 역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11년 07월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본적이 있는지 혹은 자신이 사용하는 이메일 아이디나 인터넷 공간상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구글링해본적이 있는지? 이 책은 이러한 가상공간에서의 예상치 못한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문제삼고 이슈화 하여 어떠한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행동의 표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IT업종 종사자로써 거의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작업을 하는 나로써는 거의 일상의 대부분을 이러한 가상의 공간에서 족적을 남기면서 생활하는데, 이 책의 관점으로 볼 때에는 이러한 족적 자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한다. 자신의 족적 혹은 단순한 전화번호나 이름 하나가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예로 외국의 한 교사의 취업에서 SNS 서비스에 술 마시는 사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터뷰 담당자에게 노출됨으로 인해 최종 교사 배정에서 제외되거나 유명한 가수 패트리 힐튼의 전화번호 및 힐튼 주위의 전화번호가 크래킹 됨으로써 이러한 주변인물들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모두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을 예를 들 수 있다.
인터넷 상에 정보노출 및 공개에 대한 문제점은 현재 국내외에서도 종종 들어나고 있다. SNS 유행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휴가기간 자신의 휴가 일정 계획을 노출했다가 도둑이 들어 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어 주의를 요하는 뉴스 기사가 실렸었고, 또한 국내에서는 '운동장 김여사' 라고 하여 운전미숙으로 고등학생을 다치게 한 운전자의 신상정보를 털어 공개하여 <21세기 마녀사냥>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제주도 올레길에 여성 피살 및 어린이 성범죄자 사건이 매년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지역사회에서 강력한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성범죄자 e알림 서비스>를 국가에서 제공하여 이름 및 사진 그리고 거주지와 범죄 경위 등을 소상히 공개하여 과연 범죄자에 대한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앉게 되었다.
잊혀질 권리에서는 각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식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체에서 인간의 기억과 같은 방식으로 망각을 참조하여 어느 일정기간이 지나면 얼마 정도의 기억 즉 자료를 삭제하는 방식을 언급하고 있다.계속 기억을 누락시키지 않고 지켜나가는 방식을 찾으려는 과학자가 있는 반면, 이렇게 뇌 구조를 통해서 망각을 접목하여 기계문명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망각능력이 없는 여자는 아마도 질 프라이스 저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_The Women who can't forget> 인 듯 싶다. 내 기억으로는 에세이 형식으로 써진 이야기로 초기억을 가진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형식으로 실제 저자인 질 프라이스가 바로 이 여성이며, 10대의 어느 순간부터 현재까지 매일의 일상 및 상황들과 날짜와 요일 등을 완벽히 기억하며, 그때의 감정까지도 기억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기억을 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어서 과학자들과 연구에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만났던 책을 잊혀질 권리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이렇게 모든 기억을 안고 살았던 저자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현재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데이터의 보존 및 공개 또한 이 여성의 시각으로 비추어 볼 때에는 마찬가지일 듯 싶다.
또한 실제적으로 권리라고 여겨지는 DRM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 있는데, 인터넷 저작물로 점점 변화되어가고 있는 웹툰 시장과 같이 출판 및 영상관련 업체 종사자들이라면 꼭 한번 확인해봐야 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현재는 개인 블로그 및 서비스 매체에 CCL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과연 어느 부분까지 자신의 저작물로 인정되고 패러디범위는 어느 부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아직도 숙제이다.
책은 이러한 온라인 매체에서의 권리 및 문제점과 뇌 과학을 조심스럽게 교감하고 있는데, 뇌 과학에 대한 구조를 분석하다 보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던 기억에 대한 삭제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 또한 분석의 요지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기억을 저장하는 것은 현재 매체상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과 동일하므로 컴퓨터 저장방식의 변환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자기레코드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와 ‘무어의 법칙’ 등을 통한 저장 용량의 발전상을 볼 때 이러한 저장방식의 급속한 발전을 통해서 삭제 및 변환 그리고 추상적인 가치와 권리 등의 발달사는 진화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주어지게 한다.
기술의 발전은 인문학의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근래 인문학 열풍의 핵을 위의 문제상황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조적인 환경에서 빚어내는 문제는 인간의 진화과정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고 있고 결국 이러한 문제의 종결은 철학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인문학은 인간이 최선의 집단지성의 선택방식이자 진화방식의 지향점인 것 같다. 단기간 동안은 시행착오로 인해서 해결방식이 다소 모순이 있더라도 강제적으로 혹은 비효율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방식의 해결요소의 결론은 어차피 인간의 선택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인간의 선택 요소 중에는 생물학과 인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참고되어 가장 합목적적인 방식으로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것 같다.
필자는 이 책에서 딱히 인문학이나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1984년등을 언급하면서 1900년대 초반에 문학에서 제기한 문제가 현재 드러나는 것을 볼 때 책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습득이 얼마나 중요하고 문제점을 미리 탐색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