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 그리폰 북스 003 | 원제 The Left Hand of Darkness 
어슐러 K. 르귄 (지은이), 서정록 (옮긴이) | 시공사

작년초에 읽다가 중간에 집어 던졌다. 물론, 그 때 상황들이 매우 복잡하고,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난조였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이니 이 책을 잡고서 내내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을성 싶다. 게다가 내가 매우 꺼려하시는 르귄 할머니 아니던가!

이 책은 고마운 역장님 덕에 읽게 됐다. 가끔 가는 병원. 몇달전 병원 가는 길에 쉼터처럼 꾸며져있는 무료서적대여코너가 있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미셸 푸코" 님을 조우하게 됐다. 빤지르르하신 대머리. 그리고 뭔가 고뇌에 찬 듯한 얼굴. 피식 웃으며, 함 빌려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난주 주말 병원 갔다가 그 책을 집으려고 찾는 순간.. 아 그 책 보다 그라폰 2권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둠의 왼손'과 '타임패트롤'이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이 아닌가!  '타임 패트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ㅠㅠ 완전 감동이셨다. '중력의 임무' 보는게 급선무이겠지만,,,

우선 가방안에 2권의 책을 들고 끙끙거리며, 역장님이 배회하시기에 물어보았다.

"저기요...  이 책 빌릴 수 있나요?"

나의 생각에 분명히 SF 독자가 아니신 역장님은 귀찮다는듯이 빌려가라 하시더니, 잠깐 적어놓고 가라고 하시면서 역무실 안에 내 전화번호랑 이름 책 제목 등을 쓰고 빌려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 아주~ 천천히 쉬엄 쉬엄 봐도 되요."

그러나 나는 이 말과는 별로 친하지 않는 듯. 남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불편해 지기 시작해서 급히 봐버린다. 그래서 정말 읽기 어렵기만한 르귄 할머니 소설을 일주일 내내 달고 다녔다. 물론 차안에서만...

음.. 재독한 소감은 처음 볼때보다 무언가 읽혀진다라는 느낌과, 빼앗긴 자들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빼앗긴 자들이나 어둠의 왼손이나 모두 같은 맥락의 소설로 보이지만, 난 일단 장편이 싫고, 어둠의 왼손의 아이씨와 반역자로 불리었던 게센인의 시점교차가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물론, 내가 근 1년 사이 약 50편 이상의 SF를 읽으면서 간간히 르귄의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더 쉬웠을런지도 모른다. (엔시블이라든지, 저번에 읽었던 르귄 할머니 단편이라든지..)

웬지 어스시의 마법사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만, 기회가 되고, 정말 읽을 SF가 없을 때 읽을 생각이다. 어둠의 왼손을 읽고 있으면 춥다. 피서철에 딱 일듯.
Posted by 랄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