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구직자 : 유진오>
고매하신 '이상'님 소설 읽다가 간만에 정상인의 소설을 읽으니 너무 잘 읽힌다. 제목 그대로 학교 졸업한 학생이 구직활동의 힘든 상황을 적나라게 그린 소설. 유진오씨 소설을 다 읽어봤는데, '최일남'씨 소설만큼이나 글이 맛깔나고 재밌다. 간만에 놀이터에서 500원짜리 동전 주운 기분이랄까?

주인공은 찬구는 졸업1학기를 남겨두고 구직에 대해서 고심하지만, 웃어른에게도 잘 보이지 못하고, 시골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매우 가난하여 찬구 뒷바라지 하다가 집까지 날린 상황. 졸업 후에도 딱히 광명이 읎다. 아스트랄한 현실 아닌가? 게다가 친구집에 얹혀있었는데, 그 친구마저 황해도쪽으로 취업이 되어서 사라져버려 딱히 잘 곳도 없다. 막연히 취업만 기다리던 상황에 드디어 존심을 꺽고 구직을 부탁해 한곳에 면접을 보지만 이곳마저 떨어져버린 상황에서 부모님이 동네에 더 살지 못하겠다며 서울로 올라온다는 편지를 보내 이를 보고 부모님 마중을 나가는 것으로 끝이난다.

88만원 세대인 지금이나 일제시대나 뭐 구직이 힘든건 매한가지인듯. 역시 타고난게 부자집에 태어나는게 최고인듯. 어렵기는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 취업이 힘들어 슬픈 사람 혹은 백수라면 이 소설 한번 읽고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도 좋을듯. 

<김강사와 T교수 
: 유진오>
독일어 교사로 시간강사가 된 김강사와 무언가 잘해주려는 듯이 포장하는 T교수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 이것도 볼만함. 마지막에 비열한 T교수의 진수를 볼 수 있음.

<창랑정기 : 유진오>
이 소설도 재밌음. 그러나 이 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부모님이 시골집이거나 혹은 뭔가 고향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특히나 소년이 소녀와 집 뒷산에서 흙파다가 칼을 발견한 장면이 압권인데, 문화재 아냐? (잘 숨겨뒀으면 돈벌었을 듯.) 그리고 중간에 복잡하고 격식있는 가족관계도 볼만함.

<남곡선생 : 유진오>
제목만 들었을 때는 실상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의 황진사 삘 혹은 격암유록 같은 곳에 남사고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으나 남곡선생은 뭐랄까 서양의학의 발달 속에서 꿋꿋히 존재하는 동양의학이 지조(?)정도를 보여주는 역할을 맡고 있달까? 마지막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장면도 예상했지만, 역시나 멋진 결말이였다. 역시 '이상'같이 고차지능을 원하는 사람이 읽어야 하는 소설보다 정상적인 범주내에서 읽어나는 상황을 맛있게 쓴 소설이 훨씬 낫다. 
Posted by 랄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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