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빵순이/빵돌이인데, 이건 차원이 다르네?”
자칭 타칭 ‘디저트 유목민’인 저는 맛있는 빵을 찾아 삼만리를 찍는 게 취미입니다. SNS에서 핫하다는 카페, 줄 서서 먹는 베이커리 웬만한 곳은 다 가봤죠.
“에이, 시나몬롤이 맛있어봤자 다 거기서 거기지.”
늘 뻔한 디저트에 지쳐가던 제 눈에 우연히 들어온 녀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파란 상자에 담긴 러시아 국민 디저트, '스돕나야 오소바'의 크레모본 클래식(КРЕМОБОН)이었습니다. 패키지에 그려진 화려한 크림 비주얼을 보는 순간, 제 디저트 레이더가 강하게 반응하더군요. ‘어쩌면 내 인생 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묘한 기대감과 함께 말이죠.

잘못된 상식과 게으른 귀찮음과의 싸움

상자를 열자마자 큼직한 시나몬롤 6개가 묵직하게 들어있는데, 솔직히 첫인상에서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시나몬롤의 가장 큰 ‘적’이 무엇인가요? 바로 “겉은 뻑뻑하고 속은 밍밍한 식감”, 그리고 “설탕만 씹히는 무식한 단맛”입니다. 게다가 이 제품은 냉동·냉장 유통되는 기성품이잖아요?
“공장에서 찍어 나온 빵이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어? 그냥 퍽퍽하겠지.”
마음속의 의구심이라는 ‘적’과 싸우며 상자 뒷면의 조리법을 번역기를 돌렸습니다. 거기엔 ‘РАЗОГРЕЙТЕ(데워 드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귀찮음을 무릅쓰고 전자레인지에 딱 1분을 돌렸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상식을 뒤엎는 도파민 폭발의 맛!
따끈하게 데워진 크레모본을 한 입 베어 문 순간, 제가 가지고 있던 기성품 빵에 대한 모든 상식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어? 이거 왜 이렇게 촉촉해? 카페에서 갓 구운 것보다 나은데?”
보통 이런 빵들은 데우면 질겨지거나 수분이 날아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크레모본은 정반대였습니다. 위에 듬뿍 발라진 화이트 우유 크림이 따뜻한 열기에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빵 결 사이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뻑뻑함은커녕,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쫀득함만 남더군요.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한 시나몬과 브레통 카라멜의 진한 풍미가 어우러지는데, 이건 단순한 ‘단맛’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단짠의 미학”이었습니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이니, 여기가 러시아 현지 고급 베이커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도파민이 폭발하더군요.
- 시작은 호기심이었지만,
- 중간의 의구심을 거쳐,
- 결국은 완벽한 입덕으로 끝난 디저트 투어였습니다.
혹시 마트나 수입 식품점에서 이 파란색 상자의 러시아 크레모본을 발견하신다면, 과거의 저처럼 퍽퍽할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고, “딱 1분만 데워 드셔보세요.” 여러분의 디저트 상식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